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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독백 - 황석영 作 [장사의 꿈]중에서 장사 -광주연기학원 GMA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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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독백 - 황석영 作 [장사의 꿈]중에서 장사 -광주연기학원 GMA

유피뮤지컬웨딩 2012. 3. 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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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기학원 광주뮤지컬연기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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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독백 - 황석영 作 [장사의 꿈]중에서 장사 -광주연기학원 GMA

그 때 난 낙원탕에 시다바리로 있었지. 누가 봐도 때를 밀어 달라고 자빠져 있는 놈들이랑 때를 밀고 있는 나하곤

묘하게 대조가 됐을거야. 그 새끼들은 살아서 눈깔을 껌뻑껌뻑거리고 코도 찡그리고 하지만, 내쪽은 살아 있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건 완전히 기계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을테니까. 내 꿈은 원래 레슬링 선수였지. 그렇게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가슴둘레가 1미터가 넘고 삼두박근이 고릴라 같았다구. 내가 전엘 뭘 알았었나, 도회지로 와서

촌때 좀 벗고 교제를 넓히다 보니 지금은 많이 유식해진 거지. 그런데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든단 말이야.

내가 뭐 잃어버린 것은 없나 하는 의심이 든다는 얘기야. 우리집안이 폭삭 망해 버린 건 순전히 그 놈의 낙지 때문이었어.
아버지는 바다의 사나이였지. 사형제 중 셋짼데 위로 두 분은 오징어 배를 타다 죽고 막내 삼촌은 트럭 운짱이

되는 바람에 아버지가 선대의 가업을 물려받은 셈이었지. 그 양반은 나보다 힘도 억세고 덩치가 커서

햇말 장사라고들 불렀지. 전설 같은 얘기지만 철도 레일을 한손으로 서너 번씩 꼬을 수가 있었다니까.

좌우간 아버지는 천성으로 타고난 뱃놈이었어. 배를 부린 지 십 년 만에 세척으로 재산을 늘려 놓았으니까.

우리 할아버진 한술 더 떴다는 거야. 그 양반도 젊었을 적에 바다에서 죽기는 했지만 일찍이 멧돼지를 맨손으로

때려 잡았다지, 아마. 햇마을 너머에 묘심사라는 절이 있는데 말야. 칠성각 네 기둥 중 하나는 새것인데 그 빠진

기둥 자리가 우리 할아버지 기운 자랑한 흔적이래. 나는 그야말로 힘에 있어서는 역사와 전통이 뚜렷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이거야. 아버지가 바다에서 초죽음이 돼서 돌아온 게 내가 소학교를 마치던 해였지. 먼 대처 항구에다

고기를 부리고 돌아오다 풍랑을 만났다는군. 일주일을 바다위에서 혼자 살아 떠돌았대. 구조가 되자마자 낙지를

안주해서 막소주를 한말이나 처마셔댔으니 그 곱창이 온전했겠냐구. 우리 아버지는 시름시름 앓다가 말라 비틀어진

수수깡 꼬락서니로 누워 지냈었지. 그런데 죽기 전 날 갑자기 자리를 차고 일어나더니 웃통을 벗더래. 어머니가

말릴 겨를도 없었지. 벌거벗은 아버지는 햇말 동구 앞에 쌓아올린 바람막이 돌담가로 달려갔지. 동네 사람들은

좋은 구경났다고 하얗게 몰려들었고 아버지는 담벼락에 찰싹 달라붙어서 힘을 쓰기 시작한 거야. 등짝에는

가죽 같은 근육이 솟고 팔뚝이 덜덜 떨리더니, 돌담이 기우뚱하고 이내 와르르 무너져 내렸지. 아버지는 무너진 돌 위에

털썩 주저앉더니 「어, 후련하다!」 그러더래. 그리곤 그날 밤에 아버지는 죽었어. 가만있었으면 그냥 저냥 빌빌허니

한 여 년은 족히 살았을 거라고들 하지. 단숨에 힘을 모조리 뽑아냈으니 기운이 쇠해서 어디 살 수 있었겠냔 얘기야.

그래서 난 지금도 낙지는 죽어도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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