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독백 - 공지영 원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중에서 영선-광주연기학원GMA

광주연기학원 광주뮤지컬연기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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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독백 - 공지영 원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중에서 영선-광주연기학원GMA


(차분해져서 술 한 모금 마신다) 헐벗고 굶주리다가 결국 내가 공부를 중단했어. 그는 계속했구 처음엔 죄지은 사람 같은 얼굴이었지.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니까 그냥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되더라. 졸업할 때가 왔지. 영화를 한편 찍어야 졸업을 하는데 시나리오를 못써 긍끙대더라구 그걸 들고 그 사람은 졸업작품을 찍었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자 넌 시나리오 쓰고 난 연출하고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난 배가 불렀어 (잔속의 술을 다 털어 넣는다. 또 한잔을 콸콸 따르며) 여기로 돌아왔어. 그인 여기저기 작품의뢰 하느라 동분서주하면서 불란서에서 찍은 그 작품을 충무로에 쫙 돌렸여 당장에 그 사람 이름이 들먹여지는 것 같더라. 그 덕분에 결국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게 된거야. (포즈) 근데 어느날 집에 와서는 이런 소릴 하는 거야 어떡하지. 필름엔 시나리오가 내 이름으로 났는데 사람들한테 사실은 와이프가 쓴거라고 도저히 말을 못하겠어--- 그랬겠지. 왜 안 그랬겠니? 살얼음판 딛는 심정으로 첫 작품을 준비중이었는데---그냥. 그렇게 됐어--- 혜완아, 그 다음은 너도 알지? (술을 단숨에 들이킨다. 또 빈잔 을 가득 채우며) 그는 영화계의 인정을 받았고 흥행도 성공했고, 점점 출세를 했지. 난--- 두 아이 엄마가 되고 여전히 빠듯한 살림에 식구 치닥거리 하는데만 하루해가 모자 랐구--- 그때만 해도 그래써. 밤에 식구들 잘 때 글이라도 써보자구--- 하지만--- (술을 들이킨다 혜완, 불안한 표정으로 그런 영선을 본다) 어느날, 난 완벽하게 포기를 했어. (격양되며) 그래 혜완아, 완벽하게! 니가 애기 한대로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같았어 난 살림에 막욕심을 냈지. 아침저녁으로 온 집안을 쓸고 닦고, 무우며 호박 오가리 전부 내 손으로 썰어말리고 장이며 몇 가지나 되는 김치에 장아찌며 손가는 일만 골라서 하루도 안 거르고 일을 쳤어 남대문 가서 양동이째 장어도 사다날라 박감독 고아바치고 경동 시장 해집어 일주일이 멀다하고 보약 지어 달이고 인삼주 머루주 매실주, 진달래주 술도 가지가지 담아다 마루청에 늘어놓고 해봤었지. 뭐든지 삶아 빨고, 발감독 팬티까지 다림질해서 바쳤으니까---